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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한 정보와 과학

한낮의 악마 무료함에 관하여

by 아눈나키1 2023. 6. 8.

무료함은 예로부터 마음의 행복을 갉아먹는 어두운 힘으로 묘사되어 왔습니다. 기독교 수도원에서는 이러한 무료함을  아세디아(acedia)라고 하였는데요. 이것은 영적이거나 실존적인 무관심 혹은 나태한 상태를 의미하며 7가지 죄악 중 하나로 여겼습니다. 이는 단순한 게으름이나 지루함보다는 다소 복잡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무료함의 어원

 

 

라틴어로 acidis는 상관하지 않는다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acknos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또한, 시큼하다를 의미하는 단어 acidum이라는 단어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접근이나 사고라는 단어 acidere에도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의미는 삶에 대한 쓰라림, 발생하기를 기다리는 사고, 접근할 수 없는 사람, 또는 갑작스러운 보살핌에 대한 상실을 암시합니다. 또한, 거부된 것에 대한 접근 가능성으로 추론할 수 있습니다.

 

 


무료함을 의미하는 아세디아

 

 

 

아세디아도 일종의 상실감을 반영한 단어에서 유래했을 거라 짐작이 되는데요. 이러한 나태함 혹은 무료함은 온통 밝음이 가득한 대낮에도 수도사의 마음을 점령하여 사물의 생동감을 말려버리고, 자신을 둘러싼 풀과 나무, 음악과 음식의 향취를 소멸시키는 영리한 악마라고 불렀습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아세디아를 활동에 대한 혐오감이라고 규정하며 마음을 짓누르는 무거운 슬픈 현상으로 보았습니다. 시편에는 이러한 무료함 혹은 나태함을 어둠 속에서 성큼성큼 걸어가는 역병 혹은 정오에 낭비되는 파괴라며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한낮의 악마

 

 

이렇게 정신적인 나태함이나 방치 혹은 타인에 대한 삶과 의무에 대한 무관심도 아세디아에 포함되는데요. 특히나 기독교에서는 종교적 무관심을 비롯하여 공허함, 불안함 또는 불만 등도 죄악시 한 경향이 있습니다.  기독교인은 7대 죄악 중 하나로 여기고 천주교인은 이러한 증상을 한낮의 악마라고 불렀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무료함에 빠진 사람은 자신이 처한 환경을 탓하고 더욱 자극적인 감각을 추구하나, 그 역시 오래가지 못하고 다시금 무료함에 점령되어버리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그러다보면 불안감이 증폭되니 철학가 키에르케고르는 이러한 불안을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했던 모양입니다.

 

 

 


 

감각 과부하

 

선천적으로 감각 처리 장애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겪는 이들 중에는 붐비는 장소 그리고 시끄러운 환경이나 밝은 조명 등의 복잡한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발작 비슷한 증상을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너무 많은 정보를 다양한 경로를 통해 흡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감각 포화 혹은 감각 과부하라고 하는데요. 이렇게 감각이 포화된 상태에는 매사 과민해지거나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불안과 스트레스는 물론 근육통이나 두통 위장 장애와 같은 신체적 불편함을 호소할 수도 있습니다. 상황 회피는 덤으로 찾아오는 증세이고요.

 

 

 


 

가끔은 나무 늘보처럼

 

 

이러한 증상이 심화되면 단순한 게으름을 넘어 삶을 더 파괴적으로 이끌고 자기 패배적인 거부로 나타내기도 합니다. 종종 이렇게 게으른 사람을 나무 늘보에 빗대기도 하는데요. 고대 문헌에서는 나무 늘보의 게으름을 자존심과 질투보다 더 쇠약하고 위험한 악덕으로 간주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대인처럼 과도한 정보와 감각 포화에 시달린다면 나무 늘보처럼 한 텀 쉬어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으로 이러한 감각 포화로 인한 증상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심호흡 운동과 감각적 휴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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