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명동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파로 꽉 찬 가장 핫한 지역이었습니다. 중학교 때 가끔 친구들과 지하철을 타고 을지로 입구역에 내려서 햄버거도 사 먹고 길거리에서 파는 헤어 용품을 사곤 했는데요. 그렇다고 발랑 까진 청소년은 아니었습니다. 언니들이 있는 친구들 중에는 또래들에게 일종의 트렌드 세터 역할을 하면서 언니들이 하는 행동을 반 친구들에게 전수해 주곤 했는데요. 생각해보면 지들도 잘 모르면서 그리 생색을 내었던 것 같습니다.
애매한 아나로그 세대라서 중학교 때는 교복을 입지 않았는데요. 그러니 더욱 사복으로 멋을 내고 싶어 했던 거죠. 기껏해야 명동에서 핀을 사는 게 다였지만요. 그러고 보니 90년대라기보다는 80년대 말이었던 것 같네요. 전화기라고는 집전화 밖에 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바나나 핀의 추억
바나나 핀은 바나나 모양의 핀을 의미합니다. 대략 위와 같이 생긴 여성 전용 핀입니다. 머리를 한 번에 묶는 핀인데 그때 당시 오백 원이어서 가장 만만하게 쇼핑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던 거죠. 중학생이 무슨 돈이 있고 무슨 옷을 많이 살 수 있었겠습니까. 동네에는 없는 햄버거집. 지금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데요. 그곳에 햄버거 사 먹으러 가는 낙으로 꾸역꾸역 명동까지 가서 갈 때마다 저 바나나 핀을 사 온 기억이 납니다.
썰렁해진 명동 거리
어찌된 일인지 살 때마다 몇 번 해보지도 못하고 고장이 나곤 했는데요. 그래서 똑같은 모양은 아니더라고 가끔 바나나 핀을 보게 되면 중학교 때 생각이 나곤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사람이 가득했던 명동이 지금은 중국인의 거리가 되더니 그나마도 인적이 드물어서 썰렁한 화장품 거리가 되었다죠. 비즈니스 호텔 거리로 바뀌었던가. 아무튼 명동에 얽힌 추억이 많아서 바나나 핀으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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