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액막이는 악을 퇴치하는 용도로 살아있는 생물보다는 사물에 영을 입혀 버리거나 붙이거나 태우는 등의 의식이 주된 반면, 성경에 나오는 아사셀은 인간의 죄를 짊어지는 염소로 광야로 버려지는 역할을 합니다.
항간에는 그로 인해 염소가 악마가 되었다느니 원래부터 악마였다는 등 말이 많지만 구약 레위기에 등장한 그대로는 속죄의 번제물로 활용됩니다. 동양에는 염소가 풍요를 상징한다면 서양에서는 그 반대인 것이 흥미롭기도 하고 살아있는 생물에게 죄를 뒤집어쓰고 떠나보낸다는 것이 이색적입니다.
최초의 퇴마의식
레위기 16절에 아사셀이 등장하는데요. 속죄의 날을 설명하기 위해 일종의 희생 염소로 사용되는 제물입니다. 그러니까 인간들의 죄를 아사셀이란 염소가 뒤집어쓰고 광야로 버려집니다. 아사셀에 관해선 여러 말이 많습니다. 타락한 천사 혹은 악마라고도 하는데요. 성경에는 그냥 죄의 무게를 쓰고 떠나는 스케이프고트(scape goat)로만 표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레위기는 일종의 퇴마의식 혹은 정화의식의 단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방영되고 있는 좀비물, 신부들의 퇴마 의식 등의 원형이 아닌가 싶은데요. 상당히 경건하고 모던하다고 생각했던 기독교에서 무속신앙을 연상케하는 퇴마행위가 나왔다는 것이 다소 충격적이긴 합니다. 그런데 공동체 생활을 하는 가운데 청결을 비롯한 영적 질서와 순결을 유지하는데 퇴마 의식은 꼭 필요했다고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한국의 액막이
성경 레위기에는 죄를 담고 광야로 떠나는 염소 아사셀이 등장하지만 한국에는 액막이라고 해서 개인이나 가정에 생기는 불행하고 불길한 액운을 미리 막기 위해 행하는 액막이가 있습니다. 부적 등으로 액을 막는 행위를 하기도 하고 짚으로 사람 형상을 만들어 입혀 버린다거나, 색실로 끈을 만들어 차고 다니다 몰래 버리는 등의 행위를 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정월대보름 등에 옷의 동정이나 저고리를 불에 태우는 액막이도 있고 쥐불놀이 등도 액막이의 한 형태겠죠.
속죄 의식과 액막이의 차이
구약 성경에는 죄를 회개하는 동물을 활용하는 방법이 주로 등장하지만 한국에는 죄를 짓는 것에 대한 용서 보다는 불길한 일이 생기기 전에 이를 예방하는 차원의 비슷한 행위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죄 사함을 받기 위해 살아있는 동물을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그에 반해 한국의 액막이 행위는 살아있는 동물에게 씌우기 보다는 그림이나, 인형, 마른 생선 등 살아있는 생명에게 전가하는 행위는 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동기도 다릅니다. 한국의 액막이는 죄를 용서받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일신상의 안위, 불길한 일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기원하는 행위가 지배적인 것 같습니다. 뭐랄까 악귀를 쫓는다고나 할까요? 죄를 싣고 가는 것과 죄를 쫓는 것은 확실히 다른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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